[너에게 썼던 편지] 첫 눈
나의 외로움에 눈이 내려 덮였다. 2013년 11월 18일에 서울에는 첫 눈이 내렸어. "그랬다. 모든 끈이 끊어져 있었다. 모두 끝났다. 공부, 운동에 동참하는 것, 일, 우정, 모두. 사랑도,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도 끝이었고,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의 행로 전체가 끝난 것이었다. 내게 남은 것은 시간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 그것을 나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더 내밀하게 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알았던 시간, 일로 사랑으로 온갖 노력들로 탈바꿈된 그런 시간, 내가 하는 일들 뒤에 살그머니 숨은 채 얌전히 있어서 그저 무심코 받아들였던 그런 시간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옷을 다 벗고, 그 자체로, 자신 본래의 진짜 모습으로 내게 오고 있었고, 나로 하여금 그것을 자신의 진..
2023.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