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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3

감상문: 김도은, '껍질의 길'을 읽고 전라매일 2022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작 '껍질의 길' - 김도은 전문링크: https://jaemisupil.com/contest/54046 ‘모성애’와 ‘내리사랑’이 주는 감동이라는 소재는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흔히 접해보지 못한 우렁이의 삶이 이야기의 줄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글 속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짧은 글이지만 공감각적 표현을 사용하는 첫 문장이 좋다. 수족관에 대한 짧은 장면이 면회 후 돌아와 무생채를 준비하는 광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수족관과 김장이라는 두 가지 매개체를 넘나들며 표현되는 어머니의 사랑과 뒤늦게 자신이 그것을 다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닫고 눈물짓는 자식의 모습, 그러나 동시에 또 다른 자식의 어머니로써 존재하는 그 모습이 복합적인 감정이 되어.. 2023. 2. 28.
감상문: 박민경, '살아있는 당신의 밤'을 읽고 세계일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 당선작 '살아있는 당신의 밤' - 박민경 전문 링크: http://www.segye.com/newsView/20211220518437 현수의 재언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잘 닦인 거울 조각을 보는 것 같았다. 묘한, 신비롭기까지 한 소재를 통해 비춰지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날카로운 현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글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우기자필기자’는 ‘필연은 기다리는 자에게’ 라고 말한다. 재언이 ‘무제’ 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수는 필연적인 방식으로 재언의 다큐멘터리 ‘무제’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까지 현수의 독백은 울다 지쳐 눈물이 다 말라버린 사람이 겨우 고개를 들고 목구멍을 열어 차분히 내뱉는.. 2023. 2. 27.
감상문: 유영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을 읽고 문화일보 신춘문예 2022 단편소설 당선작 전문 바로가기 링크: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10301032812000001 소설에서 주어지는 큰 수수께끼는 조안의 행방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더 주의를 끄는 것은 주인공 가족의 속내였다. 누군가의 삼촌으로만 불리고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 쉰 중반의 남성은 눈물짓거나 어릴 적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주인공의 언니와 달리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의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거는 안부전화의 빈도나 그 내용, 조안이 죽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색이 된 표정, 조안을 찾기 전 내뱉은 거친 욕설과 달리 담담하게 털어놓는 테이프에 얽힌 추억. 이 삼촌의 삶은 어땠을까, 조안은 그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리.. 2023.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