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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박민경, '살아있는 당신의 밤'을 읽고

by Gwen_서진 2023. 2. 27.

세계일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 당선작

'살아있는 당신의 밤' - 박민경

전문 링크: http://www.segye.com/newsView/20211220518437

 

 

      현수의 재언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잘 닦인 거울 조각을 보는 것 같았다. 묘한, 신비롭기까지 한 소재를 통해 비춰지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날카로운 현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글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우기자필기자필연은 기다리는 자에게라고 말한다. 재언이 무제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수는 필연적인 방식으로 재언의 다큐멘터리 무제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까지 현수의 독백은 울다 지쳐 눈물이 다 말라버린 사람이 겨우 고개를 들고 목구멍을 열어 차분히 내뱉는 말소리 같았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나타나 폭죽처럼 지면을 박차고 오르는 새를 통해서 현수의 숨통이 트이는 것이 느껴진다. 차가운 밤 공기 속에서 현수가 그 동안 품어왔던 자신의 꿈과 재언에 대한 미련, 신우에 대한 죄책감을 터트리고 날려보내면서 가슴 깊이 찬 공기를 들이켜고 다시 뜨거운 숨을 내뿜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림=조미형 작가. 위 링크의 전문 기사에 실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