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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eojin's library

감상문: 유영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을 읽고

by Gwen_서진 2023. 2. 27.

Image from Uplash

문화일보 신춘문예 2022 단편소설 당선작

전문 바로가기 링크: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10301032812000001

 

    소설에서 주어지는 큰 수수께끼는 조안의 행방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더 주의를 끄는 것은 주인공 가족의 속내였다. 누군가의 삼촌으로만 불리고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 쉰 중반의 남성은 눈물짓거나 어릴 적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주인공의 언니와 달리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의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거는 안부전화의 빈도나 그 내용, 조안이 죽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색이 된 표정, 조안을 찾기 전 내뱉은 거친 욕설과 달리 담담하게 털어놓는 테이프에 얽힌 추억. 이 삼촌의 삶은 어땠을까, 조안은 그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주인공 주희는 나이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디즈니 만화영화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대목에서 나와 그리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내고 악을 쓰는 리지를 보며 자신을 반추하는 주인공의 모습, 술병을 기울이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주위에서 술에 대한 잔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면서 주희의 삶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해보게 되었다. 리지에 대해서도, 주희의 언니와 엄마와 심지어 리지의 아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삶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생각을 한 걸까? 단편 소설이지만 문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삶 전체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