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ving through/Archives

[너에게 썼던 편지] Too Good At Goodbyes

by Gwen_서진 2023. 2. 28.

수많은 노래가사가 기억을 불러일으켜. 똑같은 장면들이 반복될 때 마다 기시감을 느낄 때 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될까 무서워. 이번 글의 제목은 Sam Smith의 2017년 노래야. 가사는 이렇게 말해.

 

"난 이 모든것들을 본 적이 있어. 내가 네게, 네가 내가 모든 것을 의미하더라도 난 너를 가까이 오도록 허락하지도, 네게 가까이 가지도 않을 거야. 내가 마음을 열 때마다 그건 상처가 되니까. 네가 내게 상처를 줄 때마다, 나를 떠날 때 마다 나는 덜 울고 눈물은 더 빠르게 말라. 네가 걸어나갈 때마다 나는 너를 덜 사랑하고 - 우리는 가망이 없어. 슬프지만 이게 사실이야."

 


안나 까레니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야. 연애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행복한 연인들과 다르게, 불행한 관계는 다양한 이유를 가질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말하지, 자신이 했던 그 절절한 사랑 비슷한 무엇이 결국 많은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의 하나로, 그렇게 남는다는게 허무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돌이켜보면 그렇더라. 행복할 때는 비슷한 이유들로 웃을 수 있었는데, 헤어질 때는 제각기 사연이 있더라고.


정말 난 이 모든 것들을 본 적이 있을까?

 

나는 처음에 지쳤었어. 여유가 없었어. 다음에는 잘못된 사람을 만났지. 그 사람이 정말로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도 그 사람에게 잘못됐을수도 있다는 걸 알아. 그래도 그냥 내 얘길 들어줘.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사람을 만났지. 그 때의 나와 닮은 사람이더라. 닮은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서로를 힘들게 했어.

 

자, 지금까지 적어놓은 8개의 문장이 전부야. 물론 여기에 기술되지 않은 관계들도 있어. 어쩌면 800개의 문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가 아무리 길게 기억을 헤집어서 복기한다고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누구도 용서할 수 없고 누구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782개의 문장을 쓸 필요가 없게 만들어.


이별의 모습은, 학습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야. 만남의 시작처럼 그 끝도 우리는 감히 정의할 수 없는 거야. 어떤 연인이 이별을 할 때의 모습은 오직 그 이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야. 그렇다면 오늘의 주제로 삼은 노래 가사와 달리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본 적이 없는거지. 볼 수도 없었던 거고. 이 모든 상황이 기시감(deja vu)은 아닐까 걱정하는 건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모든 걱정이 그렇듯이 쓸데없는 것이라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