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eojin's library

Crying in H mart

by Gwen_서진 2024. 1. 10.

한국에서 ‘H마트에서 울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Michelle Zauner의 수필집이자 회고록 Crying in H mart를 읽었다. 처음 소셜 미디어 홍보를 통해서 책을 알게 되었는데, 동문회에서 하는 독서모임의 추천도서 목록에 이 책이 선정된 것을 보고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제목을 보고서는 뻔한 아시안계 미국인 2세의 이야기일 거라고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책을 읽고나서는 더 일찍 읽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진솔하고 깊이있는 회고록이었다. 빨간 색의 표지와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도 마음에 들었다.

 

백인(코카시안)과 한국인 혼혈로 태어난 미쉘의 이야기는, 재미 한인으로서 정체성의 확립을 향한 그녀의 여정, 그 중심이 되는, 그녀에게 한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였던 한국인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 그런 어머니가 암투병을 하게되며 겪는 고통, 슬픔, 혼란,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흐르는 그녀의 예술혼과 사랑을 다룬다.


“Food was how my mother expressed her love. No matter how critical or cruel she could seem—constantly pushing me to meet her intractable expectations—I could always feel her affection radiating from the lunches she packed and the meals she prepared for me just the way I liked them.”

 

이야기 속에서 음식은 (예상되는 바와 같이)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김치, 짬뽕, 각종 과자,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은 한 챕터의 제목을 담당하고 있는 잣죽이다. 잣죽을 통해서 그려내는 에피소드들에서는, 그녀의 가족에 대한 사랑와 연민과 과거에 대한 후회, 거기에 더해 삶에 대한 어떤 다짐이나 의지까지도 느껴진다. 그토록 사랑하고 미워했던 모녀관계가 소용돌이친다.


 

“Save your tears for when your mother dies.” 우는 미쉘에게 그녀의 어머니가 종종 하던 말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한국의 어머니상이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공유되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겠지만, 한국인이자 미쉘과 동년배인 나에게 그녀와 엄마의 관계는 조금 더 특별하게 와닿았다.

 

“I remember these things clearly because that was how my mother loved you, not through white lies and constant verbal affirmation, but in subtle observations of what brought you joy, pocketed away to make you feel comforted and cared for without even realizing it.”


 

“Life is unfair, and sometimes it helps to irrationally blame someone for it.”

 

“Now that she was gone, I began to study her like a stranger, rooting around her belongings in an attempt to rediscover her, trying to bring her back to life in any way that I could. In my grief I was desperate to construe the slightest thing as a sign.”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 끝을 향한 여행이나 마찬가지였던 투병기간을 함께하면서 그녀가 느끼는 고통, 어머니가 떠난 이후에 남겨진 생존자로서의 슬픔과 비탄을 글을 통해서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어머니에 대해서 (혹은 아버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는 그분들을 우리의 부모님으로 알고 있을 뿐이지 한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그럴 기회도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In fact, she was both my first and second words: Umma, then Mom. I called to her in two languages. Even then I must have known that no one would ever love me as much as she would.”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쳐지는 책. Crying in H m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