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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through10

어 하우스 이즈 낫 어 홈 A House Is Not A Home 미국의 올드한 팝송 중 들을 때마다 나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 곡이 있다. “어 하우스 이즈 낫 어 홈” 이라는 제목으로, 건축물, 구조물로써의 집(하우스)과 그곳에 사는 구성원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우리집(홈)은 동치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클라이막스에서 가사는, 그냥 집은 우리 집이 아니야, 이 공간이 우리집이 되도록 만들어줘, 하며 애타게 누군가를 부른다. 따뜻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우리집’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 또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존재를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다.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지만,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꾹꾹 눌러담겨있다가 터져나오는 듯한 그리움과 애수가 마음 속까지 그 울림을 전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 되지는 않았다. One less .. 2023. 2. 21.
보스턴 티 파티 “저기, 대화 중에 방해해서 미안한데 혹시 우유 좀 나눠줄 수 있을까?” “그럼, 물론이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난 코비드 백신 접종 완료자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고마워. 아침에 던킨에서 산 커핀데 정말 못 견딜 정도로 맛이 없어.” “그렇구나, 그럼 우유를 많이 섞도록 해. 혹시 베이글도 먹을래?” 보스턴 시내 근처의 호스텔 주방에서 처음 더스틴에게 말을 걸 때, 나는 너무 긴장해서 땀이 난 손바닥이 살짝 떨리기까지 하는 걸 느꼈었다. 더스틴과 앵거스가 그 떨림을 눈치채지 못했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친근한 모습으로 인사를 이어 나가려고 노력했다. 서로 만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나는 물이 흘러넘치기 직전.. 2023. 2. 17.
2018년의 딸기빙수 2018년 봄의 기억. 모 대학 근처의 번화가에서 우리는 만났다. 3월, 개강시즌이라 그런지 더 시끌벅적 사람이 많았다. 뒤늦게 온 귀염둥이 깝은 나와 로에게 웃으며 질문을 던진다. "여기 우리 들어와도 되는 곳이야?" 그 카페에서, 우리를 뺀 사람들은 온동 푸릇푸릇한 기운에 설렘으로 가득 찬 '새내기'들 혹은 그 신입생들에게 선배노릇을 하고 있지만 똑같이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은 앉아서 뻔엠이 어쩌네, 과티가 어쩌네, 하는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치즈케이크가 들어간 설빙의 딸기빙수는 달콤했다. 여름이 아니어도 이렇게 빙수를 먹는다는 사실이 왠지 생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봄바람이 불면서 날이 계속 따뜻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곧 여름이 될 것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이 봄은 지나가겠지, 하고는.. 2022. 9. 4.
미국에서 그리워하는 한국적인 것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느낀 점은 미국은 정말 넓어서 지역차가 심하다는 것과 나는 생각보다 요리를 꽤 잘 한다는 것이었다. ​ 한국 음식 혹은 한국 식재료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지 않은데 (적어도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가격이다. 소주을 한 병에 만 원 넘게 내고 먹자니 너무 아깝다. ​ 그리고 한식 요리에서 일품요리들은 생각보다 쉽지만 반찬 준비하는 건 정말 품이 많이들고 그에 비해서 태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에서 잘 먹지 않는 재료(닭발, 곱창, 그리고 의외로 회)들은 다른 일반적인 재료(삼겹살, 등뼈, 배추 등)보다 구하기가 훨씬 어렵고 집에서 해 먹을수가 없기 때문에 특정 종류의 한식이 엄청 그립고 가끔은 정말 너무 먹고싶어서 멀리까지 여행가서 먹는다. ​ 구하기 힘들고 +.. 2022.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