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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through/Daily records

2018년의 딸기빙수

by Gwen_서진 2022. 9. 4.

2018년 봄의 기억.

 

모 대학 근처의 번화가에서 우리는 만났다. 3월, 개강시즌이라 그런지 더 시끌벅적 사람이 많았다. 뒤늦게 온 귀염둥이 깝은 나와 로에게 웃으며 질문을 던진다.

"여기 우리 들어와도 되는 곳이야?"

그 카페에서, 우리를 뺀 사람들은 온동 푸릇푸릇한 기운에 설렘으로 가득 찬 '새내기'들 혹은 그 신입생들에게 선배노릇을 하고 있지만 똑같이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은 앉아서 뻔엠이 어쩌네, 과티가 어쩌네, 하는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치즈케이크가 들어간 설빙의 딸기빙수는 달콤했다. 여름이 아니어도 이렇게 빙수를 먹는다는 사실이 왠지 생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봄바람이 불면서 날이 계속 따뜻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곧 여름이 될 것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이 봄은 지나가겠지, 하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사는 게 그래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훅 가버려서, 이러다 25살 넘으면 반오십이야, 하는 얘기를 깔깔대며 할 때가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나는 반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 이러다 또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

우리 셋의 화두는 결혼과 외국생활.
둘 다 인생 중대사이니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주제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는 그런 골치아픈 녀석들이다. 결혼은 사실 아직까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외국생활같은 경우에는 정말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 중 화두는 '머리가 굵어진다'는 것.

나만해도 그렇다. 어릴 때는 한달씩 외국을 다녀도, 아니 몇 개월을 살아도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같은 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거의 30년이 되는 세월동안 한국화된 내 입맛은 이제 한국 음식을 찾는다. 특히 힘들 때, 피곤할 때, 지쳤을 때.

또 한국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들이, 이 시끌벅적한 도시인 서울이, 너무 사랑스러워졌다. 한강이 좋고, 서울이 좋고, 한국이 좋다. 불야성의 번화가들이 익숙하고, 24시간 해장국집과 24시 편의점에 길들여진 나는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한국인인 것이다.

머리가 굵어진다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유연성이 점점 떨어져가는 게 느껴진다. 이게 좋은 거라고 혹은 나쁜 거라고 얘기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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