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길 by 마일리스 드 케랑갈

📖식탁의 길, 마일리스 드 케랑갈, 열린책들

Un chemin de tables(The Cook), Maylis de Kerangal

 

❤️서점에 가서 미국으로 가지고 올 책들을 고를 때, "외국 작가"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고른 책이다. 프랑스 문학을 접한 지 올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프랑스 섹션을 뒤적이다가, 그다지 두껍지 않은 분량,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표지 디자인, 그리고 책의 소재-나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인 '음식과 요리'-에 바로 집어들었었다.

 

첫인상과 달리, 흥미진진한 소재-프랑스 요리-에도 불구하고 읽어나가기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것이 정확히 작가의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번역에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장의 호흡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가독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내 독해력이 저하된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책을 빌려읽은 친구와 동생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보아 독자 개인의 문제는 아닌 걸로 보인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로'라는 독특한 경력의 젊은 요리사로, 요리에 대한 그의 여정이 책 전체에 걸쳐 그려진다. 한편 그런 모로를 가까이서 관찰하는 화자는 모로의 삶, 그의 사업, 그리고 요리와 풍경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다. 화자의 시점이 모호하다고 해야할지, 처음 읽어보는 애매한 시점에서의 서술이었다. 그 점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신선하기도 했다. 프랑스, 그리고 요리를,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각종 조리 방식과 식재료에 대한 묘사를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모로의 삶 자체는 '식탁을 향한 길을 걷는 요리사'를 그려내기위해 세팅되었다는 느낌이 강했고, 이렇다할 서사를 느끼기 어려웠다. 뒤에 실린 역자-혹은 편집자,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의 말에서 원래는 연재물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한 기고 형식이 확실히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