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 성격장애와 회피성 성격장애-기대고 싶을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이상심리학 시리즈 24권 - 의존성 성격장애와 회피성 성격장애 by 민병배, 남기숙, 2019, 학지사.

❤️최근 이 이상심리학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고 있다. 내용들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관련된 핵심적인 이론들과 역사에 대해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24권을 덮으며 32권의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심리학이란 정말 어려운 연구 영역"이라는 것이다. 임상적 진단에서부터 기준을 세우기 쉽지 않은 데다가 임상증상에 대한 치료계획을 세우고 접근하는 방식도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DSM 시리즈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고, 이 책의 주제인 의존성/회피성 성격 장애만 해도 연구기관에 따라 유병률이 1% 언저리로 나타나기도 49%에 육박하기도 한다. 다양한 치료계획과 접근방식이 산재하는 이유는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임상과 관련해 수련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심리학과 정신병리적 현상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있다. 첫 번째로 심리학적 용어들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언어에 쉽게 차용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너무 절대적으로 혹은 하나의 진단명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리는 쉽게 "걔 완전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야." 라던지 "회피형 애인은 연애대상으로 무조건 걸러내야 한다"식의 발언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언어적 습관은 사회 내에서 각 단어들이 얼마나 부정적인 인식 하에 수용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그런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의 굴레의 한 축이다. 이러한 이상심리학적 상태 혹은 정신질환들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약물 등을 통한 신경생리학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또한 심리적 분석, 인지론적, 정신분석학적 혹은 행동치료적 지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격장애에 있어서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는 질적이기보다 양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누구도 이상심리학적 행동 범주에서 100%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상실 등으로 인한 외부적 충격 후에 사회적 지지망과 충분히 강인한 자기 회복 능력을 통해 그러한 심리적 위기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이 두 개인은 의존성과 독립성을 연결하는 축 위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깝냐에 따라서 임상적으로 의존성 성격 장애인지 아닌지 진단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치병에 대한 산고가 아님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언제든지 의학적, 심리학적 치료, 개인의 노력과 주변의 지지를 통해 그 축 위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심리적 상태의 원인에 대해 많은 이론이 혼재하고 있음이 절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긍정적인 표지로 보고싶다. 기존의 이론들을 넘어 두뇌 변연계와 교감신경계의 호르몬 시스템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접근들은 희망의 표식이 될 수 있다. 상당한 시간 동안 뇌과학과 명상 전문가들이 주장해 온 주요 사실이 바로 "뇌는 변화하며 우리의 노력이 그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자리 점성술에서부터 MBTI등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맹신하고, 때로 확증편향적으로 스스로의 자아를 현재 자신을 대변해주는 것일 뿐인 성격유형의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NTJ라는 네 글자가 당신을 대변할 수 있으나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스스로 내면의 자아를 관찰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마주할 일이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고, 실용적이면서 너무 어렵지 않은 심리학 책이어서 다른 시리즈도 마저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