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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eojin's cities

라스 베가스, 그랜드 캐년 Las Vegas, Grand Canyon (1) - 그랜드 캐년

by Gwen_서진 2023. 3. 25.

미국의 국립공원 중 하나인 그랜드 캐년은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서부, 주로 캘리포니아, 를 여행할 때 인접한 네바다 주에 있는 라스 베가스를 방문하는데, 라스 베가스에서 또 조금만 가면 그랜드 캐년이 있으니 묶어서 많이 여행하는 것 같다. 물론 조금만, 의 기준이 한국과는 조금 달라서 최소 네다섯시간의 운전이 필요하긴 하다. 나 또한 처음에는 크리스마스를 끼고 베가스를 여행하는 비행기표가 저렴해서 여행을 계획하다가, 조금 고생해서 운전하면 그랜드 캐년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그래서 처음 계획보다 이삼일 길어진 일정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되기도 했었는데, 여행 후에 돌아보면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라스 베가스도 너무 재밌었고 많은 추억이 남았지만 그랜드 캐년에서 느꼈던 감동은 도시 관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에 도착 후 렌트카를 이용했는데, 렌트카 회사는 많이 고민하지 않고 골랐다. 가격이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 들었고, 후기를 찾아보니 가격이 싼 것은 추가금이 붙는다던지 옵션이 복잡하다던지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보였기 때문이다. 운전이 너무 힘들 것 같다면 라스 베가스에서부터 관광버스를 이용하며 다같이 이동하며 캐년 여러 개를 돌아보고 오는 상품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캐년에서 보내고 싶었고 관광지로 포함되어있는 후버 댐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상품은 고려하지 않았다.

운전은 고된 노동이다. 베가스에서 그랜드 캐년의 사우스 림까지는 약 450km정도의 거리다. 고속도로는 편평하게 펼쳐져있고 도로에 차가 많지도 않은데, 그렇게 로드트립을 하다보면 피곤과 졸음이 몰려오기 쉽다. 우리도 처음에 타이트하게 4시간 반이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달렸는데, 2시간쯤 됐을 때 순간 졸음이 몰려와 차의 진행방향이 확 틀어지면서 사고가 날 뻔 했다. 곧장 정신을 차려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로드트립을 계획할 때는 욕심을 부려서 타이트하게 일정을 짜기 쉬운데, 반드시 1시간 반에서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리거나 쉼터에 차를 주차에놓고 스트레칭을 하며 간식을 먹는다거나 하는 것을 일정의 한 부분으로 계획해놓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블루투스 노래방 마이크 같은 걸 챙겨가서 신나게 카라오케(Car-aoke)를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저녁식사 시간까지 숙소로 예약해 둔 야바파이 롯지(Yavapai lodge)에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우리는 졸음도 물리칠 겸, 요기도 할 겸, 길가에 보이는 한 휴게식당에 들어갔다. 넓지만 고즈넉한 식당에는 오후의 햇빛이 따뜻하게 들어오고 있었고 손님은 로드트립을 하는 것 같은 단란한 가족과 우리들밖에 없었지만 주인장인지 직원인지 모를 사람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긍정적인 단호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예상과는 달리 음식이 엄청나게 맛있어서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식당 곳곳에는 직접 사냥해서 만든 듯한 동물들의 가죽이나 머리 등으로 만든 장식품들이 있었는데, 흔히 접하는 미국 도시 내의 레스토랑들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서 이런 형태의 삶이 여기서는 일반적이겠구나, 하는 생소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운전을 마치고 야바파이 롯지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핸드폰 카메라밖에 사용하지 않아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은 렌즈에 담기지 않았지만,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어둠이 깔려나가는 밤하늘에 자신을 뽐내듯이 오롯이 떠 있는 달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랜드 캐년의 밤은 엄청나게 추웠다. 겨울인 걸 감안하더라도, 사막 기후인 애리조나에 위치하기에 별로 춥지 않을거라고 얕보고 있었는데, 협곡 지형에 고도가 높아서 춥고 눈도 많이 오는 편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겨울에 가실 분들은 따뜻한 옷을 충분히 챙겨가시기를.

 

+) 정보: 야바파이 롯지 Yavapai lodge

겨울에는 그랜드 캐년의 노스 림은 방문이 제한되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절기에도 관광객들이 더 많은 지역은 사우스 림 지역이기도 하다. 사우스 림 지역에는 여러 숙박시설이 있는데, 우리는 특별히 비교해보지 않고 야바파이 롯지를 선택했다. 야바파이 롯지의 단점은 객실에서는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점이었는데, 그랜드 캐년 지역이 통신이 잘 터지는 편이 아니라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당한 셈이라 기분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음식은 당연히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맛은 훌륭하다. 편의시설 등도 잘 되어있고 기념품 가게도 많고,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가게도 크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던 숙박이었다.

이 주소에서 롯지들의 옵션을 볼 수 있다.

https://www.visitgrandcanyon.com/yavapai-lo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