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 겨울이 온다 겨울이 온다. 두터워지는 옷깃에서, 차가워진 하늘에서 뿐만 아니라, 그냥 지나칠 뻔 했던 내 발길을 잡아 세운 광고판에서도 겨울은 온다. 다이어리. 나의 하루. 나의 일년. 나의 기록. 감각적이고자 노력한 광고 문구는, 세련된 컬러블록을 배경으로 감상적인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12월에 접어들었지만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 덕분에 시나브로 변하고 있는 계절을 두고 한 해가 끝나가고, 또 시작될 거라고, 그러니 지금은 겨울이라고 못박는 듯한 단어들이었다. 바람이 코트 사이로 훅 들어와 어깨가 파르르 떨린다. 목요일의 퇴근길은 이상하게 썰렁한 느낌이 든다. 해질녘의 하늘은 그다지 붉은 빛을 띄지 않았다. 다 같은 사각형이지만 온갖 높이를 하고 있는 건물들의 실루엣이 저녁 하늘을 갈라내어 밤이 오고 있음을 알린.. 2023. 3. 7. 이전 1 다음